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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북 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3만 3204㏊(헥타르)라는 막대한 산림을 태우며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축구장 약 4만 6000개 규모이며, 서울시 면적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이번 산불로 인해 사망자 수는 26명에 달하며, 수많은 주민들이 재산 피해를 입고 삶의 터전을 잃었다.
의성 산불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들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실화(失火)’에 의한 것이었다. 의성 산불은 성묘객의 부주의로 인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산청은 예초기에서 발생한 불씨, 울주는 용접 작업 중 발생한 불씨, 옥천은 쓰레기 소각, 김제 역시 성묘객의 실수로 발생했다. 불씨를 방치하거나 관리 소홀로 인해 시작된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의성 산불, 성묘객의 실화로 발생?
이번 의성 산불의 최초 발화지로 추정되는 곳은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1리 인근의 야산이다.
마을 이장 A 씨(56)는 3월 22일 오전 11시 53분경 의성군청으로부터 "괴산1리 야산에서 연기가 보인다"는 전화를 받고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다.
산 정상에서 연기가 치솟는 것을 본 A 씨는 곧장 산을 올랐고, 그 과정에서 산을 급히 내려오는 성묘객 한 명과 그의 딸을 목격했다. A 씨는 직감적으로 이들이 산불을 일으킨 장본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특히, 성묘객들은 A씨의 질문에 당황한 모습을 보이며 급히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이에 A 씨는 이들의 차량 번호판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증거를 남겼다.
산불이 발생한 현장에서는 라이터와 소주병 뚜껑이 발견되었으며, 이는 실화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증거가 되었다. 경찰은 이 성묘객들을 상대로 기초 조사를 진행 중이며, 정확한 화재 발생 경위를 밝히기 위해 추가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솜방망이 처벌, 반복되는 산불 참사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실화로 인해 산불을 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반면, 고의로 방화를 저지른 경우에는 최대 7년에서 15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하지만 실제 처벌 사례를 살펴보면 상당히 미온적이다.
- 2017년 강릉 옥계 산불: 담배꽁초를 무단으로 버려 산림 244㏊를 태운 혐의로 약초 채취꾼 2명이 체포되었으나, 각각 징역 6개월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 2019년 고성 산불: 전신주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로 한국전력 직원 7명이 기소됐지만, 1·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최근 5년간 산불 가해자 검거율을 보면, 2021년 37.8%에서 2023년 45.1%, 2024년(1~3월) 46.1%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5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검거된 가해자 817명 중 실형(징역형)을 받은 비율은 5.26%에 불과하며, 벌금형은 19.8% 수준에 그쳤다.
특히 2024년에는 산불 가해자 110명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으며, 대부분이 기소유예(13명)나 벌금형(8명)으로 마무리되었다. 이처럼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면서 산불을 예방하기 위한 경각심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산불 예방을 위한 대책과 국민적 요구
의성 산불과 같은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책이 시급하다.
-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강화
- 현재 3년 이하의 징역으로 규정된 실화 처벌 조항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 피해 규모에 따라 가중처벌을 적용하여 실형 선고율을 높여야 한다.
- 벌금형이 아닌 실질적인 사회봉사 및 산림 복구 작업을 의무적으로 수행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
- 산불 감시 및 예방 시스템 강화
- 성묘객, 등산객을 대상으로 한 화기 반입 제한을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
- 드론과 위성 감시 시스템을 활용하여 산불 발생을 조기에 차단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 주요 산림 지역에 방화 감시용 CCTV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 국민 의식 개선 및 예방 교육 확대
- 성묘철, 건조기에 집중적인 산불 예방 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
- 산림 지역 방문객을 대상으로 실화 방지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 산불 방지를 위한 자원봉사 및 신고 포상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비극
의성 산불을 비롯한 전국의 연이은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예방 가능한 인재'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불과 한순간의 부주의가 수많은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끔찍한 결과로 이어진다.
지금이라도 강력한 처벌과 철저한 예방 대책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이 같은 비극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국민 개개인의 경각심과 책임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내가 잠깐 한 행동이 대형 산불을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보다 철저한 예방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산불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다시 한번 산불 예방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